나는 차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차 좋아하는 사람” 수준이 아니라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자동차 딜러로 착각할 정도였다.
마음에 드는 차 하나 생기면:
- 시승기 보고
- 옵션표 보고
- 중고 시세 보고
- 자동차 커뮤니티 눈팅하고
- 보험료 검색하고
- 괜히 견적 넣어보고
- 밤에 누워서 상상함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면서 또 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보통 사람은 “좋네~” 하고 끝나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탈 수 있을까?” 단계까지 간다.
그게 진짜 위험했다.
1. 첫차부터 풀옵션 박아버린 사람
내 첫차는 쉐보레 스파크였다.
근데 그냥 스파크가 아니라
“경차에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은 스파크”였다.
2016년 당시 가격 약 1,680만 원.
주변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그 돈이면 아반떼 사지.”
“누가 경차를 그 가격 주고 사냐?”
근데 당시 내 머릿속은 이랬다.
- 큰 차 깡통 ❌
- 작은 차 풀옵션 ⭕
나는 차급보다 만족감이 더 중요했다.
버튼 많고 옵션 많은 차가 너무 좋았다.
열선 핸들만 켜져도 행복했고,
버튼 눌렀는데 뭔가 움직이면 괜히 기분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다.
월급은 귀여웠는데 소비는 안 귀여웠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60개월 할부가 거의 군 복무급이라는 걸.
2. 차 좋아하면 생기는 병
차를 좋아하면 무조건 생기는 병이 있다.
바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빠른 차.
조금만 더 좋은 출력.
조금만 더 예쁜 휠.
그리고 정신 차려보면
튜닝샵 사장님이랑 친구 돼 있음.
나도 그랬다.
운전 재밌는 차에 빠지고,
와인딩 가고,
서킷 관심 생기고,
튜닝 검색하고...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나중엔 카드값 명세서가 무거워졌다.
차는 진짜 무서운 취미다.
왜냐면 돈 쓰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 기름값?
- 소모품?
- 보험?
- 세금?
- 튜닝?
이 모든 걸 결제하면서도
사람이 행복해함.
이게 제일 무섭다.
3. “어... 나 카푸어 같은데?” 싶었던 순간
예전의 나는 솔직히 꽤 위험했다.
월급은 정해져 있는데
눈은 자꾸 윗급 차를 봤다.
근데 자동차 시장은 사람을 홀린다.
현금 없으면 이렇게 말한다.
“할부 가능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사람이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도 한동안 그 착각 속에 살았다.
“이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가능한 것과 편한 건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진짜 현실이 느껴졌던 건
차를 정리했는데 돈 문제가 안 끝났을 때였다.
차는 없는데 할부는 남아있고,
통장 잔고는 없는데 카드값은 살아있고.
그 순간 진짜 이상했다.
내 차는 사라졌는데
내 과거의 소비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이건 오래 못 간다.”
4. 요즘 갖고 싶은 차
지금도 갖고 싶은 차는 있다.
요즘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건 Tesla Model 3 Performance.
솔직히 너무 멋있다.
밟으면 바로 튀어나가는 출력도 좋고,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괜찮고,
퍼포먼스 모델이라는 이름부터 설렌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이랬을 거다.
- 견적 넣고
- 할부 계산하고
-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혼 팔고
-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시전
근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살 수 있을까?”
보다
“편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를 먼저 본다.
이 차이가 진짜 크다.
5. 결국 차를 좋아해서 돈을 모으게 됐다
예전엔 돈 모은다는 게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고 싶은 거 참고,
하고 싶은 거 포기하는 느낌.
근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돈은 참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늘려주는 거였다.
차를 좋아하면 결국 깨닫게 된다.
좋아하는 차를 오래 즐기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그냥 “갖고 싶다”만 반복하면
결국 또 무리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무리해서 타는 사람이 아니라,
준비해서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블로그도 그래서 시작했다.
아직 수익은 없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감정만으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는 차를 좋아하는 마음을
충동이 아니라 목표로 바꿔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내가 진짜 원하는 차를
부담 없이 웃으면서 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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